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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우리 창호는 키가 작은 편이다.
아이들 키가 쑥쑥 커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바람인데
기대에 못 미치게 더디게 자라는 아이의 키는 엄마에게 조바심을 일게 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또래들과 함께 있는 창호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대중으로 아이들 키를 재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 중에서 가장 작지는 않음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창호의 키를 어떻게 하면 빨리빨리 키울 수 있을까 안달복달하며
많이 먹어라, 일찍 자라, 줄넘기를 해라,하며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볶아쳐도 창호의 키는 달팽이걸음만큼이나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았다.

1년여의 뚜버기들 활동을 마무리짓는 동요음반발표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마음 졸이며 보았던 3기 뚜버기들의 첫공연, 그리고 며칠 후에 있을 마지막 공연...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라는 시구를 증명이라도 하듯
내 머릿속엔 지난 1년여의 시간 속에서 즐겁고 행복했던 때의 기억만 불쑥불쑥 떠오른다.
특히, 여름계곡의 경쾌한 물소리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뚜버기들의 무대복인 개량한복을 다림질을 하려다가 말고 창호를 불렀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간절곶해맞이축제 이후로 거의 석달 만에 다시 입어보는 무대복이다.
처음부터 너무 딱맞게 지은 저고리는 조금 끼이는 듯하고 바지는 이제서야 대충 맞다.
바지가 얼마나 큰지 허리춤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야 했던 1년 전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우리 창호도 키가 제법 많이 자랐네.^^'
내 눈에는 통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창호의 키도 여느 아이들만큼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키뿐 아니라 창호는 노래실력도 깜짝 놀랄 만큼 늘었다.
높은음 부분에선 목에 핏대를 세우고도 낑낑대던 창호가 이젠 꽤 시원스레 노래를 부른다.
"이야~ 이창호, 뚜버기 한 보람이 있네?"라고 말하면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지난 1년 사이에 창호뿐 아니라 뚜버기들 모두가 참 많이 자랐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필요한 것은 역시 시간이다. 어른들이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시간.
엄마들의 조급한 마음에도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이끌어주신 꺼벙이대장님과
깜찍이선생님이 보여주신 기다림... 아이들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모습임에 분명하다.
함께 노래하고 웃고 뛰놀던 아이들,
뚜버기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과 자랑의 이름으로 남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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