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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창호가 며칠 전부터 계속 속이 메스껍다 하더니 어젯밤에는 자다가 일어나 토하기까지 했습니다.
소화제를 한 알 먹이고 다시 재웠지요.
아침에 일어났을 땐 표정이 밝아 보이길래 죽을 조금 데워줬더니 반나마 남기고는 학교에 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만 던져둔 채 동네 애들이랑 신나게 놀다가 들어오는 창호를 붙잡고는
"너, '겨울' 한 번 불러봐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원, 노래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껄끄러운지 자다가 금방 깬 목소리 같더군요.
성의 있게 못하냐는 잔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자꾸만 '다시 한 번 더'를 주문하는 엄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아직 반항(?)할 줄 모르는 창호가
딴에는 열심히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가사가 참 좋다,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썼을까?" 하는데...
창호가 이제 노래가사의 의미도 짚어볼 수 있을 만큼 자랐구나 싶어서 맘이 짠했습니다.

창호 목소리가 껄끄러운 게 감기기운도 있고 아직 몸이 가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끌어대 보지만... 마음 한 켠에 드는 생각을 누르진 못 했습니다.
여름방학을 할 즈음에 성악선생님이 창호한테 '변성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그때의 기억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순간 저를 어지럽게 했습니다.

"엄마, 이럴 땐(목소리가 잘 안 나올 땐) 높은음 노래를 부르는 게 좋지."
"그럼, '슬도야 슬도야' 불러봐."

겨우 한 소절 부르더니 창호는 너무 오랜만에 부른 노래라 가사가 헷갈린다며 악보집을 찾았습니다.
기왕에 악보집를 폈으니 '꿈이 더 필요한 세상'부터 차례대로 쭉 노래를 부르게 했습니다.
노래가 이어지면서 창호는 점점 신나는 것 같더니 목소리도 조금씩 맑고 가벼워졌습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던 저도 덩달아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하나같이 참말 아이다운 노랫말과 맑은 멜로디.. 아, 참 좋은 노래들..이라고 새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창호는 노래를 부르면서 커 갑니다.
이렇게 소박하고 맑은 노래를 부르면서 자랄 수 있으니 행복한 아이가 틀림없습니다.
노래하는 아이를 둔 엄마도 또한 행복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소중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마를 스치는 밤바람과 잠든 아이의 숨결이 이 시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가슴속에 가만히 쟁여넣고 싶은 순간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안타까워 어떻게 좀 매어둘 수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는 순간입니다.

언젠가, "언니, 나는 재혁이 크는 게 아까워."라던 봄이엄마 웃는 얼굴도 떠오릅니다.
그렇게 말하던 봄이엄마 마음이 제 마음이랑 다르지 않겠지요.
우리 뚜버기엄마들 모두의 마음이 제 마음이랑 다르지 않겠지요...
나중에 창호가 어른이 된 뒤에.. 지금의 일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겠지요?
그럼 저도 추억에 잠긴 채 한마디 거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뚜버기는 참 행복한 울타리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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