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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속 보이는 박준우

2007.10.19 17:58

새콤달콤 조회 수:451

요즘들어 저녁 시간이면 우리집은 언제나 시끌벅적이다
언제부턴가 자꾸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윗 집에서 물이 새냐구? 아니아니.. 그건 바로 아이들 노래 소리 때문에..
여기서 풍덩 풍덩 저기서 풍덩 풍덩.. 요즘 준우의 애창곡이다
형아가 먼저 컴퓨터를 차지해서 노래 창고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준우도 다가가서
같이 불러보다가 자긴 다른 노래가 듣고 싶으면 어느 샌가 CD를 튼다.
컴에선 감기 걸린 날~ CD에선 쑥 들이 쑥덕 쑥덕 알려주니...
혼합된 음악소리에 아이들 소리까지! 그러다 신명나면 둘이 무대에서 부르듯
몸을 움직이며 ‘팽이야 돌아라’ 를 열창해본다. 이 번 23일에 있을 학예대전에
둘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기대되는 걸~~

지난 월요일 저녁에도 잘 시간이 지났는데 계속 풍덩풍덩거리던 준우
1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으니 화욜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건 당연지사...
징징거리며 짜증 내길래 버릇될까봐 내 버려두었더니
결국 아침밥도 못 먹고 울상으로 학교에 갔다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준우에게 “ 오늘 배 고팠지? 담부턴 일찍자라” 하자
“ 배 안고팠어” 한다. 요녀석이 그래도 자존심 상해서 그러나보다 했더니
“ 형아가 우유 사줬어” 한다. 이게 무슨 소리!! 나중에 돌아온 영원에게
“ 아침에 준우 우유 사줬어?” 했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 아침에 준우가 너무 배 고플 거 같고 불쌍해보여서 사줬다 엄마..
준우야 다음부터 짜증내면 형아가 혼낸다. 형아 수학여행가고나면 준우가 대장이다.
엄마 아빠 잘 지켜. 알았지?”
샐죽한 표정으로 준우에게  
“무슨 우유? 흰우유?”
하고 물으니 눈은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준우의 대답
“ 아니..바나나 우유...”

아무튼 영원은 준우에게 무엇을 잘 지키라는건진 모르겠지만.....
어김없이 그 날 저녁에도 준우의 풍덩 풍덩은 계속되었고
샤워하다 긴 목욕타월을 목도리처럼 목에 감더니 “겨울!! 여기 저기 떨어지는 겨울 낙엽들......”
받아쓰기 연습하다 영원이가 “엄마 벌써 겨울 날씨같다” 하니까 준우는
머리를 번쩍들더니 “ 뭐? 겨울?  여기 저기 떨어지는.... ” 하며 바로 불러대는 바람에
형아와 나는 잠시  얼음이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노랫소리
“.....내 손은 난로(?)~아니지만 빨갛게 단꿈(?)이 물들었네..” 하며 가사가 틀린 줄도 모른다.
내친김에 ‘바위의 비밀’에 도전해 보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자 이번엔 감히 깜찍이 샘 영역까지
도전해 보는 준우!!
“ 내 아장 걸음으로 빠져나가던 호계역을 지나면서.........살아있을까 소나무들이(??) 내 색시 살아 있을까......”
끝날 줄 모르는 준우의 노래 사랑 고공 행진~
입을 쬐금만 벌리던 예전의 준우는 어디가고 배에 힘을 꽉꽉 준 채
입도 제비같이 어찌나 크게 벌리는지~준우야 속 보인다 속 보여~

나는 음식물 쓰레기나 버리고 와야겠다. 우리 집은 1층이다.
너무나 더워 언제 가을이 오려나했더니 어느 새 싸늘한 저녁 공기에 옷깃을 여민다
타박 타박 집으로 다시 향하며 길지 않은 가을의 냄새를 주워 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를 이끄는 소리...
점점 다가가보니 이제 노란 잎 하나 둘 늘어난 석류 나무 옆 창가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
살짝 열려진 그 창가에 멈춰섰다. 불 빛과 함께 솔~솔~ 새어나오는 그 소리

“ 풍덩 풍덩 풍덩풍덩 물 떨어지는 소리 퐁당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는 소리
..........................스르르 풍덩 스르르 풍덩 떨어지는 소리.....“
높은 음  ‘떨어지는 소리’에서 목소리 제대로 갈라지고~열심 또 열심
어둠 속 창 밖의 여자가 된 나~ㅎㅎ 행복한 지킴이~
누가 준우 좀 말려줘요··

아~니 말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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