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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바다소

2006.08.04 02:33

똥그리 조회 수:444

늦은 밤 11시 한샘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바다소’
한소년이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힘차게 써 나간 어린이 소설이다.
한샘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가족의 사랑이 서로에게 힘이되고, 버팀목이 되어...
세상의 어떤 고난도 이겨내게 만드는것!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일과 부딪혔을때 자신을 다 내던질수 있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자신을 다 내던질수 있는 사람은 '진짜 사랑'을 받고 산 사람이다.

소년은 공부를 잘했고 공부를 더 하고싶었지만 할머니를 더 이상 고생시킬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이미 아무런 기운도 없어진지 오래다.. 계속 일을 하게 할수는 없었다...
우리할머니도 그 나이의 다른 노인처럼 편안하고 폼나게 살고싶게 해드리고 싶다.
할머니는 손자가 시험을 망친 것을 도저히 믿을수 없었다.
학교선생님이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성적이 우수하고 머리가 뛰어난 아이다’라고...
하지만 당당하게 ‘더이상 공부하지 않겠어요! 저도 다 컸어요!. 이제 일을 할래요!’
하는 손자에게 그동안 ‘피’‘땀’흘려 모은 모든 돈을 내 놓으며 ‘바다소’를 사오라고 한다.

할머니는 손자가 어려 동네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소년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 일을 해내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바다소를 찾아간다.

‘바다소’ 흙탕물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바다소!
흙탕물소는 쉽게 길들여지고 누구에게나 없심여김을 당하는 소다.
별로 기운이 세지 않아 일도 잘 하지 못하고 잘 하려는 생각도 없고,
그냥 없신여김을 당하던 말던 그냥 살아가는 소이다.
그 소와는 전혀 다른소가 바다소다.
바다소는 다루기는 힘들지만 책임감도 강하고 기운이세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면 누구나 바다소를 갖고싶어한다.

다루기 힘든 바다소는 비싸기도 많이 비싸다.
하지만 농사를 짓기위해서 힘센 바다소가 필요하다.
열다섯 소년은 혼자 바다소를 사러간다.
바다소를 파는 사나이는 소년을 비아냥거리며 빨리 고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네깟놈이 뭘 알겠어?’하며 재촉한다.

'열다섯소년'은 '열 살소년'처럼 그렇게 성급하게는 고를수 없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고를 수 없다.
사나이가 뭐라하던말든 더 무시당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열심히 바다소를 쳐다본다.
그리고 고른 한 마리!! 열다섯 소년이 고른 소를 쳐다본 사나이는 흠칫놀랐다.
사나이는 열다섯소년이 보는 앞에서 멋지게 소를 잡아와야했다.
하지만 평생을 소를 다루는 일을 한 사나이조차 겨우 겨우 잡아온 이 소를
소년은 혼자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소년을 비웃던 사나이는 이 깡마르고 작은 소년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에 같은 사나이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깊은 애정을 갖게된다.

소와 길을 나선 소년!!
아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않으리라 다짐했던 바다소는 그 소년이 너무 가소로웠다.
네깟 작은녀석이! 네깟것에 내가 끌려가다니 이게 말이라도 되는일이야? 하듯 소는 거칠었고 자유로웠다.
소는 소년을 희롱하였지만 소년을 결코 희롱당하지 않겠다 몸부림친다.
소는 소년을 내동댕이치고 끌고다니지만 소는 소년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소년이 소의 주인인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아직 열다섯이었다.
평생 소를 다루며 잔뼈가 굵었던 사나이조차 다루기 힘들었던 소를
아무리 강단있고 속이 꽉찼다고 하지만 아직 열다섯이 아닌가!

강을 건너는 장면! 과히!!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눈물을 쏟지않고는 이 장면을 도저히 볼수가 없다.

낮선 들판에서 잠자다 문득 든 할머니생각.. 눈먼 할머니...
혹시 밥하시다 불꽃이 튀겨 짚더미에 불붙으면 어쩌나...
자다가 번쩍 정신이 들어 재촉한 길... 앞을 막은 강... 강.... 강.... 안개가 가득한... 강..
아직 잠을 깨지않은... 아직 새벽조차 너무 먼 시간... 그 강...

할머니.... 할머니....새끼를 꼬으며 그 새끼를 내다팔아 나를 키워주신 우리 할머니....
거친 손바닥 새끼를 꼬실때 마다 갈라졌던...
거칠거칠한 손바닥이 갈라져 새살이 돋을새도 없이 또 다시 새끼를 꼬으시던 우리 할머니.....
그 무거운 새끼를 어깨에 등에쥐고 나가 팔아서 나를 먹이고 가르치고 키워주신 우리 할머니...
앞도 보이지 않는 우리 할머니...

새벽도 아직 이른 강은 온통 안개에 휩싸여 별하나 보이지 않았다.
소 등을 타고 강에 조금씩 들어갈수록 옷도 젖고... 아무리 가도 강은 끝나보이지 않는다...
강으로 들어갈수록 앞을 막아서는 안개.. 더 짙어지는 안개... 숨이 턱턱막힌다.... 숨이 막힌다...
아직 열다섯살인 소년은 두려움에 빠지기 시작한다.  
끝이 없어 보이는 검은 강물.. 점점 깊어가는 강물... 이 강물의 끝은 어디인가...
왜 나는 이 새벽도 이른 이시간 여기에 와 있는걸까? 왜? 왜?
나는 아직 열다섯이다. 왜 나는 이 고통속에 서 있는가?

아버지때문이다. 너무 일찍 죽어버린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 나쁜 아버지...
아직 따뜻한 이불속에서 자야할 나를 왜 이새벽 끝도 없는 안개뿐인 이 강물을 건너게 합니까?
열다섯 나에게... 보이는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이곳.. 이 절망속.. 이 강물속은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아...... 아...... 누가 나에게 이 고통의 짊을 지웠단 말입니까....

눈을 떴을때 강은 건너와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싸움... 끝이 났으면 좋을 이 싸움...
절대 그 누군가의 소도 되기 싫은 바다소...
할머니가 져온 고통의 무게만큼 사랑을, 할머니가 지고온 세월만큼 자신을 다져온 소년...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설수 없다.  한치도! 물러설수없다.

새벽 얼음다리를 건너시던 할머니...
도와드리고 싶지만 도와드리는 것이 더 위험할까봐 마음을 동동구르던 나다...
어떻게 자라온 나인데.. 물러서지 않는다. 나흘을 싸워온 굶주린 소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죽으면 죽었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소는 눈물을 흘린다. 소가 운다. 소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소년은 소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신을 지키기위해 모든것을 다 던져 싸웠던 소년과 소....
바다소를 데려오기위해 끝없이 자신의 한계와 부딪히고
그 한계에서 소년을 끌어당겨준 힘은 할머니의 사랑이었다.
극한점에서는 더 절박한 마음이 이긴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다 던질 기회가 오지만 보통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한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하게 그냥 산다..
하지만 다 던져본 사람은 안다. 그 행복함.. 그 충만감..
다 던질수있는 것은 참 행복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과정이 승리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자신을 던지는 소년의 모습은 감동이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렇게 할수없었으리라..

진짜 사랑은 이렇게 헌신을 필요로한다..

소와 소년은 같이 자알~ 살수있을것이다.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 멋진 인연이 되어서 같이 살아갈수 있을것이다.
헌신적인 사랑이 키워낸 소년의 성장기... 정말 멋진 글이 아닌가.
그별의 말이 맞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능가하는 책이다.


한샘이에게 읽어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한샘이가 “엄마가 자꾸 우니까 재미없잖아..”
하지만 지금 이시기에 읽어줄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책을 읽을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책이 한샘이에게 작은 씨앗이 되길... 나에게 작은 씨앗이 되길..

한달음에 읽은책의 감동을 잊을수 없어 몇자적는다.
날이 새고 나면 이 글이 부끄러워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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