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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달 보고 왔습니다..

2006.11.26 23:19

그별 조회 수:393

똥그리언니 왈, 하루종일 내가 운전했으니 연심 씨가 후기 쓰세요, 하나씩 나눠서 해야지요~ ...
에고..메모도 하나 안 해뒀는데, 기억력도 안 좋은데...
머리를 쥐어뜯어가며(ㅠ.ㅠ) 후기 쓰려고 앉았습니다.

기쁨이네와 저희와 또 느닷없이 끼어든(^^) 한 가족이 함께 출발을  하였습니다.
꼭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못 간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은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금방 날아가버렸습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군고구마도 맛있고 해서요..^^
(자랑하는 거 맞고요, 약 올리는 건 아니고요 ^^;; 다음엔 꼭 같이 갔으면 하고 바라는 겁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클레이아크미술관입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주제를 바꿔가며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지금은 "꿈꾸는 화장실"이라는 주제로 변기와 세면기를
이용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생활에 쓰이는 변기와 세면기를 뒤집고 엎고 포개고 깨뜨리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가의 의도를
형상화한 작품들인데.. 솔직히 아름답다거나 인상적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관람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작가들-그들만의 세계에 머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아티스트가든에서 본 작품들이 훨씬 더 기발해서 한 번 더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원숭이의 얼굴을 가진 양, 장미꽃 머리의 표범, 몸통보다 머리가 더 커서.. 날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던 새,
머리는 없고 몸통 앞뒤로 꼬리와 뒷다리만 있어서 포효도 할 수 없는 맹수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에 비추어본다면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한 그 작품들은
작가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작품은.. 미술관 입구에 버려진 듯 뒹굴고 있는 커다란 알입니다.
제목이 "우울한 희망"이라고 되어 있는데..
'희망'이란 말 앞에 왜 하필이면 '우울한'이라는 말을 붙였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같이 간 향이 씨는 '돌로 만들어져서 깨어나지 못하는 알이라서 우울한 게 아닐까'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저 알 속에서는 지금 갈등 중일 거라고 했습니다.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갈까 말까... 너무도 우울한 일들이 많은 세상이라서 썩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거라고요.. 똥그리는 제 해석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ㅡㅡ;;



다음으로 대성동 고분 박물관엘 갔습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억새로 뒤덮인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고분이라고 하더군요.
김해는 금관가야가 있었던 곳입니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 시대가 아니라 가야를 합쳐서
사국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가야의 문화가 발달했었다는 뜻이지요.
가야는 철의 왕국답게 권력자의 시신을 매장할 때 많은 덩이쇠를 부장품으로 넣었습니다.
비록 모형이지만 당시의 순장풍습을 보고 있자니 좀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순장은 신라 지증왕 때 불교의 영향으로 금지됐다고 합니다.

김수로왕비릉(허황후릉) 구지봉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잔디밭을 뒹굴기도 하는 등..
왁자하게 떠들다 왔습니다. ^^;
정숙해야 할 장소에서 그래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정숙해야 되다는 거 알고 있지만!)
완만하게 경사진 잔디밭이 아이들이 미끄럼타고 뒹굴기에 워낙 좋은 조건이라.. ^^;;
하, 그리고 그곳 관계자의 허락도 받았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가사는 잘 모르겠습니다) 손을 맞잡고 빙빙 돌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김밥말기"라고 하는 놀이입니다.
예은이가 저한테 살짝 .. "어른들 몸무게가 상당해요. 특히 똥그리.."하고 말했습니다. ^^;;
예찬이가 구를 때 일그러진 한샘이의 표정이 압권이지요? ^^
곧이어 한샘이의 복수혈전이 펼쳐집니다. 민현이 웃고 있을 때가 아닌디...
민현이는 굴러도 준석이랑 상원이랑 창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야기에 열중해 있습니다.


마지막 방문지는 짜잔~ "김해천문대"입니다!!
드디어 그 보고 싶던 달을 보러 간 것이죠. '페가수스'와 '안드로메다' 등 몇 가지 가을철 별자리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요.. 직접 하늘을 보고 별자리를 찾을라치면 눈에 들어오는 건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아'
또 '오리온' 자리밖에는 없습니다. ^^;
그래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고서도.. 사실 그게 어떤 별자의 어떤 별인지.. 잘 모르겠습디다.. ㅠ.ㅠ
그치만~ 달을 봤으니 뿌듯하기만 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달의 표면을 실제로 본 것이지요!!
하마터면 손으로 만져보겠다고 천체망원경 렌즈에 지문을 남길 뻔했습니다.
정말이지 만지고 싶을 만큼 선명한, 작고 예쁜 샛노란 달이었습니다.^^*

천문대에서 내려다 본 김해시의 야경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대도시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 불빛으로 화려한 야경을 연출하지만 김해시의 야경은 달빛을 받아 수면이 반짝거리는
바다 같았습니다. 줄지어선 크고 작은 불빛들이 멀리서부터 차례대로 밀려오는 파도같이도 보였습니다.
낮에 보았던 깨끗한 거리와 차분한 느낌이 야경을 보면서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곳으로 내려가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느릿느릿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조금 느리게 흐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요..

처음 갔지만 참 좋고 친근한 도시, 김해.. 언제 또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요한 고분처럼 가만히 엎드려서 옛꿈에 젖어들라, 속인사 건네며 울산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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