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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어린이울림방

소호리에서 온 편지

2008.09.07 07:12

똥그리 조회 수:626

뚜버기친구들아..  너희들 잘 돌아갔니?
먼 길 오느라, 공연하느라, 또 신나게 뛰어 노느라 많이 지쳤을텐데...
모두들 잘 돌아갔니?  몸살은 안났어??

너희들이 다녀간 어제 하루..  시간이 흐르는 지금 이순간까지 나는 내내 행복하단다.
이렇게 편지를 쓸 만큼 말이야...

어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와서 천막치고 무대 만드느라 낑낑 댈 때 만해도
이만큼 멋진 공연을 보게 되리란 상상은 못했어...
...사실..  사람들이 왔다갔다 할때 사람들 속에 있는 그 아줌마 아저씨를 보고 살짝 기대는 했지..
그 아줌마 아저씨는 두 해 전이었던가..  그때 기타를 매고 와서 우리 소호아이들과 노래를 불렀거든...
교실에서 들려오던 조그만 노래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조금  기대는 했지만... 우와~~~  어제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어!!!
내가 이 곳에 뿌리를 내린 이래... 350년인가 360년인가.. 언제인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이런 멋진 공연은 처음이었어..

너희들이 무대에 올라가  둥글둥글을 부를때..  소호마을은 깜짝 놀라 깨어났어...
모두.. 곱고 힘찬 노래소리가 들리는 이곳으로 귀를 기울이며 모여 들었어..
꽃밭의 꽃들도, 나무도, 시냇물도 시냇물속의 작은 물고기떼 물속곤충들..
제비, 까치, 개구리, 참새,  고양이, 강아지, 개미, 잠자리, 긴꼬리제비나비, 무당벌래, 네발나비, 쥐며느리..
까마귀, 아기벌... 심지어 지렁이도 나왔는데.. 너희들 봤어??

물속곤충 장구애비는 모험까지 감행했단다..  그 녀석은 너희들 공연하는걸 제대로 보고 싶다며 관객석까지 갔지 뭐야..
그 느린 걸음으로 장구를 치듯 두발을 뚱당이며..  잘못하다 너희들 발에 밟힐뻔도 했지만 그녀석은 아랑곳 하지 않더라..
"내 생전 이런 공연을 또 보겠어??!!!" 라고 하던걸..
너희들도 봤어야 했는데... 그녀석이 너희들 노래 듣는 폼을 말이야..  글쎄 노래를 듣는 내내 앞발을 턱에 괴고 있더라니까..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온, 동화책에서 막 걸어나온 요정같이 생긴 친구가 장구애빌 가르치며 물었지
 "저건 뭐야???"  ㅎㅎㅎ 그건 '노래를 듣는 장구애비'였는데..ㅎㅎㅎ.
하늘에 있던 구름도 낮게 낮게 내려오고.. 백운산을 지나가던 바람도 운동장에 가만히 내려앉았어..
그렇게 소호리 모든 친구들은 너희 노랠 들었어..

아... 난 노래 듣다가 눈물이 났어..  왜냐고?? 언제 그랬냐고??
왜.. 그말이야.. 이쁘게 생긴 키 큰 아줌마 있잖아.. 생긴것도 예쁜데 목소린 더 예쁜 그 아줌마 있잖아..
그 아줌마가 맑고 고운 목소리로 "울주군 소호리.. 오래산 느티나무 한 그루.. "하며 날 노래하는데..
나의 모든  잎사귀들은 파르르 떨렸단다.. 나는 온 몸이 꿈속에 잠기듯..  껍질속에 웅크린 씨앗마냥 꿈속으로 빠져 들었단다..
그때... 눈물이 사르르 흘러나왔어..  가만히 가만히 눈물이 흘렀어...
기억도 잘 나지않는 어린날의 달콤한 꿈속으로 빠져들 듯 눈물이 그렇게 흘렀어.. 봄날 햇살같은 눈물이..
...매미가 날  안아주며.. 축하해주었지..
"맴맴맴 ..  네가 저 노래의 주인공이구나.. 축하해.. 너무 근사한 일이야.. 맴맴맴맴"  

노래가 끝나고...  너희들이 다 떠나고 난 지금도 나는 그 노래에 푸욱 빠져있단다..
그 멜로디에서 나오고 싶지가 않아..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 멜로디에 안겨있을거야..
내 잎사귀들은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거야..  난 그 멜로디를 기억하려고.. 한참동안 아무하고 말도 하지 않았어..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려면.. 왠지...오랫동안 가만히 있어야 할것 같아서
그래서 바람에게 부탁을 했어..
"난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그러니 오늘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이야기 나누지 않을래"
 바람이 운동장을 다니며..숲숙을 다니며..  소호리 모든 친구들에게 이야길 했지
"오늘은 느티나무아저씨를 가만히 내버려둬..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노래들을, 시간들을 품고있는 중이래... 그러니 모두 기다려"

....... 난 어제의 기억으로 오랫동안 행복할꺼야..
....... 너희들이 다녀간 그 시간은 나의 뿌리,  가지, 잎사귀에 행복한 기억으로 새겨져 오래오래 남아있을거야.....

뚜버기 친구들아...   또 그런 날이 오겠지???  우린 또 다시 만나겠지????  내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기 전에 꼭 다시 와...
어제처럼.. 우리 소호분교 친구들과 운동회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꼭 그래야돼!!!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
많은 사람들에게 너희들의 좋은 모습..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고.. 
나도 너희들이 다시 올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낼께.. 어디가지 않고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께....
아!!
내가 너희에게 편지를 쓴다고 하니까..우리 소호친구들도 모두 안부 전해 달래..
바람도 구름도.. 꽃잎도 제비도 개구리도 참새도... 어제 그 장구애비도 물속에서 손을 흔드네.. 

안녕!!!! 너무너무 고마웠어... 또 놀러와~~!!!!

아참!!! ... 그리고 그 아줌마 있잖아.. 노래 들려준 그 아줌마에게도.. 꼭 안부전해줘..
너무너무 고마웠다고.. 노래 너무너무 좋았다고....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을거라고.. 그렇게 느티나무아저씨가 인사하더라고 꼭 전해줘...
아!!..  또 있다.. 노래를 만들어주신 그 꺼벙한 아저씨께도 고맙다고 전해줘....

안녕......................................................

                                                                           9월 7일 맑은 가을 아침...                                  소호리에서 행복한  느티나무아저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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