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처럼
2007.08.14 07:50
해바라기처럼
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 휙 넘겨다 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술은 사자 수염
부름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가 없다.
먼 산을 넘어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가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의 음악이다.
햇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깁실 같은 부드러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그래야 씨앗이 꽉꽉 박힌다.
손바닥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 신고 온 우리 아저씨 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훨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 휙 넘겨다 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술은 사자 수염
부름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가 없다.
먼 산을 넘어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가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의 음악이다.
햇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깁실 같은 부드러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그래야 씨앗이 꽉꽉 박힌다.
손바닥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 신고 온 우리 아저씨 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훨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 4
-
연두빛
2007.08.14 07:52
-
똥그리
2007.08.14 12:01
힘이 꽉 들어간 힘찬 해바라기꽃이 그려지네요~~
연두빛님과 충서~ㅇ 님!! 부부가 그렇게 죽(!!)이 잘 맞기가 어려운데 ^^;
두 분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완전한 일심동체 그것이었답니다..
참 보기가 좋았지요~~~
아래 시는 이원수 선생님 시인데
정완영 선생님 시와는 다른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
이원수
울타리 밖에 선 해바라기는
갓났을 때부터 버림받았다
꽃밭에 물주는 누나도
이까짓게 꽃이냐고 본 체 만 체
뜰 쓸던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빼버리려다 두셨다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혼자 외롭게 자랐건만
커다란 아주 커다란
꽃이 폈구나
언니보다 더 큰 키 부채보다 큰 잎새
그 위에 쟁반같은 황금꽃은 화초밭이 왼통 시드는 날도
해님을 쳐다 보고 웃고만 있네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내 동무
해바라기야 해바라기야 너는 해님의 아들
-
깜찍이
2007.08.14 13:34
그렇네요..
바라기만 일삼으며..한결같음을 가장하고..
악랄하고 단단한 속내를 내보일 요량으로..
가림없이 되바라진 모양새..
이미지를 왜곡해 가져버린 기억속 어떤 한 사람..탓에..
공연히 암 죄없는 꽃을 미워한 세월이..어언 수 년째랍니다..ㅠ
이원수님의 해바라기도..노래로 불렀던 가수의 탁월한 가창력말곤..
남겨 놓은 것이 하나도 없을만큼.
(아, 제 안에 남은..
2002년 끝무렵..서울로부터 울산을 잇게 한..
가냘픈 향..그 마악..끌어당기듯 감기던 소리들..
꺼벙이의 보물창고속에..
건초가 되어 숨겨진 노래 '해바라기'..
영원히 왜곡될 수 없는..내 현재의 명분이었기 때문에..
더 큰 손실의 아픔이 되어버린 꽃..)
그 한송이 말곤..쩝..
해바라기..꽃에 대한 새로운 시선 덕에..
무심하게 얻어진 고통들에서 잠시 놓여진 듯..했습니다.
아, 모진 미움..결코 끝나지 않을. -
박충서
2007.08.17 17:09
ㅎㅎ 똥그리님의 칭찬 감사합니다.
(>..<)
오늘 같이 폭염에는 '해바라기'보다는
'해 가리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듬뿍 듬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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