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들
2006.06.18 14:52
사람들이 참 좋은 날엔 하늘에 별이 없어도 마음이 반짝입니다.
사람들이 참 좋은 날엔 마음의 키가 한 뼘쯤 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웃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이야기거리도 생각거리도 달라서 그들과 섞일 말을 찾아내지 못하는 제 탓이지요.
그전엔 간간이 "승호엄마, 얼굴 잊아뿌겠다, 놀러 안 오면 쳐들어간다~" 하는 전화도 오곤 했는데 요즘 제가 좀 바빠 보이는지 그마저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문을 두드리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주지만 저는 늘 그냥 지나쳐서 집으로 옵니다.
'드라마 얘기나 옷 얘기, 누구는 뭐가 어떻고.. 그런 얘기를 할 게 뻔한데, 그 시간에 책이나 읽겠다.'
은연중에 저에겐 그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긴 듯합니다.
그런데 제 비뚤어진 마음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헬기를 타고 내려왔을 때.. 산 아래에서 저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하던 이웃들이 저를 보자마자 손을 덥썩 잡아주었습니다.
"아고, 손이 얼음장 같네..."
손에 온기가 돌 때까지 손바닥을 비벼주고 손등을 쓰다듬어주는 이웃에게 손을 맡긴 채 저는, 내 손이 이렇게 차가웠나, 놀라고 부끄러웠습니다.
평소에 손발이 좀 차가운 편이긴 하지만 그때 느낀 차가움은 그런 것이 아니지요.
따뜻한 이웃의 손에 너무나 대비되는 제 차가운 손은.. 어쩌면 그들과 저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따뜻한 손을, 따뜻한 마음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생각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지만 모두들 분명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모두가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가 생각납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사람들이 참 좋은 날엔 마음의 키가 한 뼘쯤 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웃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이야기거리도 생각거리도 달라서 그들과 섞일 말을 찾아내지 못하는 제 탓이지요.
그전엔 간간이 "승호엄마, 얼굴 잊아뿌겠다, 놀러 안 오면 쳐들어간다~" 하는 전화도 오곤 했는데 요즘 제가 좀 바빠 보이는지 그마저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문을 두드리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주지만 저는 늘 그냥 지나쳐서 집으로 옵니다.
'드라마 얘기나 옷 얘기, 누구는 뭐가 어떻고.. 그런 얘기를 할 게 뻔한데, 그 시간에 책이나 읽겠다.'
은연중에 저에겐 그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긴 듯합니다.
그런데 제 비뚤어진 마음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헬기를 타고 내려왔을 때.. 산 아래에서 저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하던 이웃들이 저를 보자마자 손을 덥썩 잡아주었습니다.
"아고, 손이 얼음장 같네..."
손에 온기가 돌 때까지 손바닥을 비벼주고 손등을 쓰다듬어주는 이웃에게 손을 맡긴 채 저는, 내 손이 이렇게 차가웠나, 놀라고 부끄러웠습니다.
평소에 손발이 좀 차가운 편이긴 하지만 그때 느낀 차가움은 그런 것이 아니지요.
따뜻한 이웃의 손에 너무나 대비되는 제 차가운 손은.. 어쩌면 그들과 저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따뜻한 손을, 따뜻한 마음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생각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지만 모두들 분명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모두가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가 생각납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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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이, 예찬이가 "똥그리~" 라고 불러서 제가 괜히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아니~~ 쟤들이 고모를 보고 버릇없이?'
좀 있으니 기쁨이가 또 "똥그리~"
'에게게? 기쁨이가 지금 엄마한테 뭐라고??'
그러고보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똥그리~ 똥그리~" 하고 불러대던군요.
그 때마다 똥그리 님은 아무런 불쾌한 기색도 없이 "왜? 그래~" 라면서 아이들의 말에 일일이 다 응해주시고요...
제가 얼마나 눈 똥그래가지고 똥그리 님을 쳐다봤는지 모르시지요? ^^
'아이들을 대할 땐 저렇게 하는 거구나'..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제가 아는 아이들과 모르는 아이들을 대신해서요.. ^^*